메드트로닉(MDT) 25년 독점을 깬 수술로봇, 이제야 미국 병원에 들어갔다 (feat. Hugo, 인튜이티브서지컬)

 

메드트로닉 로고
메드트로닉 로고 사진

작성: kingiho (주린이 기업 탐구 · 학습 기록)


보통 새로운 의료 기술은 미국에서 먼저 쓰이고, 한참 뒤에야 한국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메드트로닉의 수술로봇 '휴고(Hugo)'는 정반대였습니다. 유럽이 2021년, 일본이 2023년, 한국이 2024년에 허가를 내줬고, 정작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2025년 12월에야 승인이 났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휴고로 전립선암 수술을 하고 있을 때, 미국 병원은 아직 이 로봇을 쓸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리고 이 로봇 하나가 왜 의료계에서 "25년 만의 사건"이라고 불릴까요? 오늘은 세계 최대 의료기기 회사 메드트로닉(MDT)을 들여다보겠습니다.

25년 동안 경쟁자가 없던 시장이 있었습니다

로봇 수술이라고 하면 대부분 '다빈치(da Vinci)'를 떠올리실 겁니다. 인튜이티브서지컬(ISRG)이 만든 이 로봇은 2000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뒤, 25년 넘게 사실상 혼자였습니다. 복강(배 속) 안의 부드러운 장기를 다루는 이른바 연부조직(soft tissue) 수술 로봇 분야에서, 미국 시장에 정식으로 들어온 경쟁 제품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 독점이 얼마나 단단했는지 실감이 납니다. 다빈치는 2026년 3월 말 기준 전 세계에 11,395대가 설치되어 있고, 2025년 한 해 동안 다빈치로 이루어진 수술은 약 315만 건에 달합니다. 업계에서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시장 점유율을 매출 기준 70% 안팎으로 봅니다.

더 무서운 건 수익 구조입니다. 병원이 로봇을 한 번 사면 끝이 아닙니다. 수술할 때마다 쓰고 버리는 전용 기구를 계속 사야 하고, 정기 점검 계약도 맺어야 합니다. 인튜이티브서지컬 매출의 약 85%가 이런 반복 매출에서 나옵니다. 프린터를 싸게 팔고 잉크로 돈을 버는 구조와 비슷합니다.

여기에 더해 의사들은 다빈치로 훈련받았고, 병원 수술실 동선도 다빈치에 맞춰져 있습니다. 다른 로봇으로 바꾸려면 장비값만 드는 게 아니라 사람을 다시 가르쳐야 합니다. 이걸 전환비용이라고 부르는데, 25년간 쌓인 이 전환비용이 경쟁자를 막는 가장 두꺼운 벽이었습니다.

유럽 2021년, 한국 2024년, 미국은 2025년 12월이었습니다

메드트로닉이 휴고를 처음 공개한 건 2019년 9월입니다. 그리고 2021년 유럽 CE 인증을 받으면서 실제 수술에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일본(2023년), 한국(2024년 6월 식약처 허가)으로 넓혀갔고, 지금은 6개 대륙 35개국 이상에서 수만 건의 수술에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유는 미국 FDA가 연부조직 수술로봇에 대해 유독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메드트로닉은 미국 승인을 받기 위해 'Expand URO'라는 별도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미국 여러 병원에서 13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선·신장·방광 절제 수술을 시행한 이 연구는, 미국에서 이루어진 다관절(multi-port) 로봇 비뇨기 수술 임상 중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수술 성공률 98.5%로, 사전에 설정한 기준치인 85%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5년 12월 3일 FDA는 휴고의 비뇨기 수술 적응증을 허가했습니다.

첫 상업 수술은 2026년 2월 17일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이루어진 전립선 절제술이었고, 환자는 수술 다음 날 퇴원했습니다. 이후 듀크대학병원 등으로 설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FDA가 허가한 세 가지 수술(전립선·신장·방광 절제)은 미국에서만 연간 약 23만 건이 이루어지는 영역입니다.

한국은 이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서울대병원이 2025년 5월 국내 최초로 휴고를 도입해 전립선 절제술과 췌십이지장절제술에 사용했고, 이후 난소암 수술에도 활용했습니다. 2026년 5월에는 서울아산병원과 로봇수술 기술 개발 협약도 맺었습니다. 한국 환자들이 미국 환자들보다 먼저 이 로봇을 경험한 셈입니다.

휴고는 다빈치와 무엇이 다를까요

휴고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듈형 구조입니다. 다빈치는 여러 개의 팔이 하나의 큰 몸체에 붙어 있는 형태인데, 휴고는 로봇 팔이 각각 바퀴 달린 별도의 카트에 하나씩 달려 있습니다. 최대 4개까지 쓸 수 있고, 필요한 개수만 골라서 쓸 수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비유하자면 다빈치가 일체형 소파라면 휴고는 조립식 모듈 소파에 가깝습니다. 일체형은 안정적이지만 방 구조에 맞추기 어렵고, 방 하나를 통째로 내줘야 합니다. 모듈형은 필요한 만큼만 배치하고, 안 쓸 때는 접어서 다른 수술실로 옮길 수 있습니다. 수술실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병원 입장에서는 이 차이가 꽤 큽니다.

두 번째 차이는 개방형 콘솔입니다. 다빈치는 집도의가 잠망경처럼 생긴 장치에 얼굴을 파묻고 수술합니다. 시야는 좋지만 수술실 안 다른 사람과 소통이 어렵고, 옆에서 배우는 후배 의사도 화면을 볼 수 없습니다. 휴고는 33인치 3D 화면을 열어놓은 형태라 집도의가 고개를 들면 바로 수술팀과 눈을 맞출 수 있고, 다른 의료진도 같은 장면을 봅니다. 교육 목적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가격입니다. 메드트로닉은 휴고를 처음부터 "로봇 수술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못 하던 병원"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밝혀왔습니다. 업계에서는 휴고의 도입 비용이 다빈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한 가격은 병원별 계약에 따라 달라 공개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메드트로닉이 가진 무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이미 미국 병원 대부분에 수술용 기구와 소모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미 거래처인 병원에 "로봇도 저희 걸로 어떠세요"라고 제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로봇만 파는 게 아니라, 수술실에 AI를 넣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메드트로닉이 그리는 더 큰 그림입니다. 이 회사는 휴고와 함께 '터치서저리(Touch Surgery)'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묶어서 팝니다. 수술 영상을 자동으로 녹화하고 분석해서, 수술 전 계획부터 수술 중 원격 지도, 수술 후 리뷰까지 연결하는 시스템입니다. 현재 전 세계 1,500개 이상의 수술실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2026년 7월, 메드트로닉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터치서저리 에이드(Touch Surgery Aide)'를 공개했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 분석하는 게 아니라, 수술이 진행되는 그 순간에 AI가 실시간으로 개입하는 컴퓨팅 플랫폼입니다. 엔비디아의 홀로스캔, CUDA, 텐서RT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수술 영상과 상황 정보를 동시에 처리합니다.

첫 번째 실제 기능으로는 FDA 허가를 받은 IEP(Instrument Exit Point)가 있습니다. 수술 도구가 화면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을 AI가 감지해 알려주는 기능입니다. 로봇 수술에서 도구가 카메라 시야 밖에 있을 때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실시간으로 잡아주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의 차선이탈 경고 같은 개념입니다. 운전대는 여전히 사람이 잡고 있지만, 옆에서 계속 지켜보다가 위험할 때 알려주는 보조 장치인 거죠. 메드트로닉은 앞으로 이 플랫폼 위에 여러 AI 기능을 계속 얹겠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로봇 자체보다 이런 소프트웨어가 더 오래가는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봇은 한 번 팔면 10년쯤 쓰지만, 소프트웨어는 매년 구독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메드트로닉은 원래 어떤 회사일까요

수술로봇 이야기만 하면 오해할 수 있는데, 휴고는 메드트로닉 전체에서 보면 아직 작은 사업입니다. 이 회사의 본업은 훨씬 넓습니다.

메드트로닉은 1949년 미국 미네소타의 작은 차고에서 시작했습니다. 얼 바켄이라는 전기공학도와 그의 매형 파머 허먼슬리가 병원 의료장비를 수리해주는 일로 창업했는데, 첫 달 매출이 8달러였습니다. 전환점은 1957년이었습니다. 정전으로 심장 박동 보조 장치가 멈춰 어린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바켄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최초의 휴대용 심박조율기를 만들어냅니다. 이게 오늘날 메드트로닉의 뿌리입니다.

지금 이 회사는 150개국 이상에서 9만 5천 명 이상이 일하고, 70여 개 질환에 쓰이는 기기를 만듭니다. 2026 회계연도(2026년 4월 24일 종료) 매출은 363억 달러로, 전년 대비 8.4% 늘었습니다. 회사 측은 이를 10년 만의 최고 성장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업부는 크게 네 갈래입니다. 심혈관(약 140억 달러), 신경과학(약 103억 달러), 의료수술(약 88억 달러), 그리고 당뇨(약 31억 달러)입니다. 휴고는 이 중 의료수술 부문에 들어갑니다. 최근 실적을 이끈 건 오히려 심혈관 쪽이었는데, 심장 부정맥을 치료하는 절제술 사업이 4분기에 전 세계 78%, 미국에서는 124% 성장했습니다.

배당도 이 회사의 상징입니다. 2026년 6월 분기 배당을 주당 0.72달러로 올리면서 49년 연속 배당 인상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연 환산으로는 주당 2.88달러입니다.

한 가지 큰 변화도 있었습니다. 메드트로닉은 당뇨 사업부를 떼어내 '미니메드(MiniMed, 나스닥 MMED)'라는 별도 회사로 만들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6일 주당 20달러에 상장했고, 아직 메드트로닉이 지분 약 90%를 갖고 있어 완전한 분리는 진행 중입니다. 당뇨 사업은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성격이 강해서, 병원에 파는 나머지 사업과 성격이 다르다는 게 회사 설명입니다.

이제 3파전이 됐다는 점은 꼭 봐야 합니다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휴고가 다빈치의 독점을 깬 건 맞지만, 그 문이 열리자 메드트로닉만 들어간 게 아니었습니다.

2026년 7월 22일, 존슨앤드존슨(JNJ)이 자사 수술로봇 '오타바(Ottava)'로 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위 우회술, 위절제술, 담낭절제술, 탈장 수술 등 일반외과 수술 10여 가지가 대상입니다. 오타바는 로봇 팔이 수술대에 직접 붙어 있는 구조라 수술실 공간을 30~50% 덜 차지한다고 J&J는 설명합니다. 즉 8개월 사이에 두 개의 새로운 경쟁자가 미국 시장에 들어온 셈입니다.

메드트로닉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은 아닙니다. 25년 만에 열린 문을 혼자 통과할 줄 알았는데, 바로 뒤에 또 다른 거인이 따라 들어온 겁니다. 게다가 J&J 역시 수술 기구 분야에서 병원과 오랜 거래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인튜이티브서지컬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2026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3% 늘었고, 다빈치 수술 건수는 16% 증가했습니다. 경쟁자가 생겼다고 해서 기존 강자가 흔들리는 모습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휴고의 미국 확장도 아직 진행형입니다. 현재 허가받은 건 비뇨기 수술뿐이고, 일반외과와 부인과 적응증은 2026년 6월에 FDA에 신청서를 낸 단계입니다. 병원이 로봇을 살 때는 "이 로봇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이 몇 가지냐"를 따지기 때문에, 적응증이 늘어나기 전까지는 판매에 한계가 있습니다.

주가 흐름도 참고할 만합니다. 2026년 8월 24일 종가 기준 약 92.90달러, 시가총액은 약 1,190억 달러 수준이고, 최근 52주 동안 73달러에서 106달러 사이를 오갔습니다. 다음 실적 발표는 2026년 9월 1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주린이가 그려보는 메드트로닉의 미래, 개인적인 생각

제가 이 회사를 보면서 떠올린 비유는 '병원의 인프라 회사'입니다. 통신사가 스마트폰을 만들지는 않지만, 통신망이 없으면 스마트폰이 무용지물인 것처럼요. 메드트로닉은 화려한 완제품보다는 병원이 굴러가는 데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깔아놓는 쪽에 가깝습니다. 심박조율기, 인공혈관, 수술 기구, 환자 감시장치까지 이미 전 세계 병원에 깔려 있고, 여기에 수술로봇이라는 새 층을 얹는 중이라고 보입니다.

5년 뒤를 상상해보면, 저는 휴고가 '고급 병원의 상징'보다는 '중간 규모 병원의 첫 로봇'이 되는 그림이 가장 그럴듯해 보입니다. 다빈치는 이미 대형 병원을 다 차지했습니다. 남은 시장은 로봇 수술을 하고 싶지만 예산과 공간 때문에 못 하던 곳들인데, 모듈형이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휴고가 여기에 더 맞아 보입니다. 대형마트가 이미 자리 잡은 동네에 편의점이 파고드는 방식과 비슷하달까요.

10년 뒤를 그려보면, 저는 로봇 자체보다 '수술실 AI'가 진짜 승부처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로봇을 몇 대 팔았느냐로 회사를 비교하지만, 나중에는 어느 회사의 AI가 더 많은 수술 데이터를 보고 배웠느냐가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 성능 경쟁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넘어간 것과 비슷한 흐름이죠. 메드트로닉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터치서저리 에이드를 만든 것도 이 지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도 분명합니다. 이 회사는 성장주라기보다는 배당을 49년 연속 올려온 안정형 기업에 가깝습니다. 덩치가 크다 보니 휴고가 아무리 잘 팔려도 회사 전체 성장률을 확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J&J까지 뛰어들면서, 열린 시장을 셋이 나눠 갖는 구도가 됐습니다. 관세 부담과 환율 변동도 이 회사가 매 분기 언급하는 변수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상상이자 의견일 뿐입니다. 저도 여전히 공부하는 주린이라, 앞으로 어떤 변수가 나올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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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Medtronic FY2026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 Medtronic 휴고 일반외과·부인과 FDA 신청 · Medtronic 터치서저리 에이드 공개 · Expand URO 임상시험 결과 · MassDevice 휴고 FDA 허가 · Urology Times 미국 첫 상업 수술 · Johnson & Johnson 오타바 FDA 허가 · MassDevice 인튜이티브서지컬 1분기 실적 · MedTech Dive 미니메드 상장 · 헬스경향 메드트로닉·서울아산병원 협약 · 메드트로닉코리아 리가슈어 RAS 국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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