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게티 컴퓨팅(RGTI), 엔비디아도 손잡은 양자컴퓨팅 다크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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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게티 양자컴퓨터 |
엔비디아가 왜 아직 매출도 미미한 양자컴퓨터 회사와 손을 잡았을까
엔비디아라고 하면 요즘 세상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것 같은 회사죠. AI 반도체로 시가총액이 천문학적으로 커진 그 엔비디아가, 매출이 아직 연간 수백만 달러 수준밖에 안 되는 작은 양자컴퓨팅 회사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들 고개를 갸웃할 겁니다. 상식적으로 큰 회사는 이미 검증된, 돈을 잘 버는 파트너와 일하고 싶어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리게티 컴퓨팅이라는 이 회사는 2025년 10월, 엔비디아의 새로운 개방형 플랫폼인 엔비큐링크(NVQLink)의 초기 참여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엔비디아 행사장에는 리게티의 양자컴퓨터가 실물로 전시되기까지 했고요.
여기서 흔히들 하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지금 우리가 쓰는 일반 컴퓨터, 그러니까 엔비디아가 만드는 그래픽 처리 장치나 서버용 반도체 같은 것들이 전부 필요 없어질 거라는 생각이죠. 마치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폴더폰이 사라졌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업계에서 그리는 미래는 조금 다릅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한 팀으로 일하게 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걸 하이브리드 컴퓨팅이라고 부르는데, 리게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 하이브리드 시대를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리게티 컴퓨팅은 대체 무슨 회사인가
리게티 컴퓨팅은 2013년 물리학자 채드 리게티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설립한 회사로, 양자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큐비트를 직접 설계하고 제조하는 하드웨어 회사입니다. 큐비트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쓰는 일반 컴퓨터는 전등 스위치처럼 켜짐과 꺼짐, 즉 0과 1이라는 두 가지 상태만 가지는 비트를 기본 단위로 씁니다. 반면 큐비트는 마치 회전하는 동전과 같아서, 완전히 멈추기 전까지는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겹쳐 있는 상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겹쳐진 상태를 잘 활용하면 특정 종류의 복잡한 계산을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양자컴퓨팅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큐비트를 만드는 방식에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리게티는 그중에서도 초전도 방식을 씁니다. 아주 낮은 온도로 냉각시킨 초전도체 회로를 이용해 큐비트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계산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같은 초전도 방식을 쓰는 대표 기업으로는 아이비엠이 있고, 반대로 이온을 가둬서 큐비트를 만드는 이온 트랩 방식은 아이온큐 같은 회사가 앞서가고 있습니다. 리게티는 칩 설계부터 제조, 냉각과 제어 시스템,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이른바 풀스택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남의 부품에 의존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들다 보니 개선 속도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는 반면, 그만큼 투자할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부담도 함께 짊어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뭘 팔아서 돈을 버는가
양자컴퓨터 회사라고 하면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리게티는 이미 실제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있습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노베라라는 브랜드로 판매하는 온프레미스 양자컴퓨터 시스템입니다. 이는 고객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냉각 및 제어 장비에 연결해서 쓸 수 있는 하드웨어로, 대학이나 연구소, 정부 기관이 주요 고객입니다. 실제로 2026년 3월에는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교가 노베라 시스템을 구매해 캐나다 최초로 대학이 소유한 개방형 양자컴퓨터를 갖추게 됐고, 인도의 정부 연구기관인 씨댁도 840만 달러 규모로 108큐비트급 시스템을 주문해 벵갈루루에 설치 중입니다.
다른 하나는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터에 접속하는 시간을 판매하는 서비스형 모델입니다.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뿐 아니라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자사 양자컴퓨터를 올려두고 있는데, 2026년 4월에는 108큐비트급 세페우스 시스템을 아마존 브래킷에 공개하면서 해당 플랫폼 최초로 100큐비트를 넘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가 됐습니다. 다만 아직 이 사업 자체가 세상에 없던 것을 파는 초기 시장이다 보니,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4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절대 규모로 보면 여전히 작은 수준입니다. 2분기에는 매출이 513만 달러로 다시 늘었지만 연구개발비 지출이 커지면서 분기 순손실도 5,260만 달러까지 확대됐습니다. 아직은 돈을 버는 단계가 아니라, 미래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돈을 쓰고 있는 성장 초기 단계 회사라고 이해하는 게 정확합니다.
미국 정부가 지분까지 확보하려는 이유
2026년 들어 리게티 관련 소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 상무부와 맺은 협약입니다. 리게티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3년간 최대 1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는 내용의 의향서를 체결했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 지원이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라 정부가 투자 규모에 비례해 회사 지분 일부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마치 벤처캐피털처럼 유망한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는 셈이죠. 이는 양자컴퓨팅을 반도체나 우주항공처럼 국가 경쟁력이 걸린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리게티가 정부와 맺은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 주관하는 양자 벤치마킹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미 공군연구소와는 초전도 양자 네트워킹 기술 개발을 위해 3년간 580만 달러 규모의 계약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정부 사업들의 공통점은 당장 큰 매출로 잡히지는 않지만, 리게티의 핵심 기술력을 검증받고 향후 더 큰 규모의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점입니다. 마치 신인 요리사가 미슐랭 심사위원에게 요리를 선보이는 것과 비슷한데, 당장 그 자리에서 큰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실력을 인정받아 이후 더 많은 손님을 끌어오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와의 협업이 갖는 진짜 의미
앞서 잠깐 언급했던 엔비디아와의 협업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엔비큐링크는 엔비디아가 만든 개방형 아키텍처로,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처리장치, 그리고 양자처리장치가 서로 낮은 지연 시간으로 빠르게 통신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일종의 통역사이자 다리 역할을 합니다. 왜 이런 연결이 중요하냐면,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계산 하나하나마다 오류를 바로잡아주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이 오류 수정 작업을 초고속으로 처리하려면 기존의 강력한 컴퓨팅 자원이 실시간으로 옆에서 도와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이제 막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 옆에서 보조 바퀴 역할을 해주는 어른이 필요한 것과 비슷한데, 그 보조 바퀴 역할을 엔비디아의 반도체가, 그리고 둘 사이를 연결하는 통신 규격을 엔비큐링크가 담당하는 셈입니다.
리게티가 여기서 유리한 점은 초전도 큐비트 방식의 특성상 계산 속도, 정확히는 게이트 연산 속도가 다른 방식보다 훨씬 빠르다는 데 있습니다. 계산 속도가 빠르다는 건 그만큼 옆에서 실시간으로 도와주는 클래식 컴퓨터와의 궁합도 잘 맞는다는 뜻이라, 리게티는 이 하이브리드 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리게티와 엔비디아는 이전에도 협력한 이력이 있는데, 리게티의 노베라 양자처리장치를 엔비디아의 디지엑스 퀀텀 시스템과 연동해 인공지능 도구로 양자컴퓨터의 초기 설정 작업을 자동화하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이 협업이 리게티의 매출을 크게 늘려주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양자컴퓨팅 산업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에 초기부터 이름을 올려뒀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의미가 큽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여기까지 읽으면 리게티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투자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볼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여전히 회사가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구개발비와 운영비가 늘어나면서 손실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회사는 5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별다른 부채가 없어서 당장 자금이 마르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 많은 현금도 결국 언젠가는 실제 수익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는 숫자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 부분은 양자컴퓨팅 산업 자체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라는 점입니다. 리게티는 2026년 말까지 150큐비트 이상, 2027년 말까지는 1,000큐비트 이상을 목표로 내걸고 있고 계산 정확도, 즉 충실도를 계속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런 기술적 목표는 말처럼 쉽게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의 다음 단계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이력도 있어, 정부 프로젝트를 무조건 다 따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초전도 방식이 이온 트랩 방식보다 계산 속도는 빠르지만 오류율 관리 면에서는 아직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어, 어떤 방식이 최종 승자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린이가 그려보는 리게티 컴퓨팅의 미래, 개인적인 생각
이제부터는 순전히 주린이의 개인적인 상상과 의견입니다. 리게티를 보면서 떠오른 건 아주 오래전 인터넷 통신망이 처음 깔리던 시기입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뭘 위해 쓰이는지, 누가 돈을 벌 수 있을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 밑바탕을 깔았던 회사들 중 일부가 이후 시대를 이끄는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양자컴퓨팅도 지금은 소수의 연구소와 정부 기관만 쓰는 낯선 기술처럼 보이지만, 신약 개발이나 신소재 설계, 금융 리스크 계산처럼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산업에서 조금씩 쓰임새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10년 뒤를 상상해보면, 지금의 데이터센터가 그래픽처리장치와 중앙처리장치를 함께 품고 있듯이, 미래의 데이터센터 한쪽 구석에는 아주 차갑게 냉각된 양자처리장치가 자리를 잡고서 특정 계산이 필요할 때마다 호출되는 그림을 그려봅니다. 마치 병원에 여러 전문의가 있고 증상에 따라 다른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처럼, 모든 계산을 양자컴퓨터가 다 하는 게 아니라 양자컴퓨터가 잘하는 특정 문제만 골라서 처리하는 전문의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 미래가 정말 리게티의 몫이 될지, 아니면 아이비엠이나 다른 경쟁자의 몫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 리게티에 투자한다는 건 이 회사의 현재 실적을 사는 게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에 베팅하는 일에 가깝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계속 되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본 글은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 정리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투자 전 반드시 본인의 판단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팔로우 하시면 다양한 종목들을 같이 알아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Investing.com: Rigetti Computing 주가 및 실적 · TradingKey: 리게티 컴퓨팅 2026년 전망 분석 · HPCwire: Rigetti NVIDIA NVQLink 협력 발표 · GlobeNewswire: Rigetti Supports NVIDIA NVQLink 보도자료 · Yahoo Finance: Rigetti's NVIDIA Partnership 분석 · TradingKey: Quantum Stock Surge 분석 · Quantum Navigator: Rigetti Computing 기업 정보 · 양자신문: 美 상무부 리게티 지분 투자 검토 기사 · 초이스스탁US: 리게티컴퓨팅 기업 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