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에비에이션(ACHR) — 로봇 회사 창업자가 왜 비행기를 만들었을까 (feat. 피규어AI, 브렛 애드콕, eVTOL 항공택시)
요즘 화제인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 '피규어AI(Figure AI)'를 아시나요? 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나르는 로봇으로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트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 회사를 만든 사람이, 사실은 로봇보다 먼저 '하늘을 나는 택시'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했었다는 것이죠. 그것도 지금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까지 되어 있는 회사입니다.
바로 오늘 주린이가 파헤쳐볼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 티커: ACHR)'입니다. 로봇과 비행기라니, 전혀 다른 두 산업처럼 보이는데 대체 무슨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아처 에비에이션이 어떤 회사인지, 그리고 이 회사를 만들고 떠난 창업자가 왜 로봇 회사로 옮겨갔는지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
| 드론택시 (Archer Aviation 제공) |
아처 에비에이션은 무슨 회사인가요? (feat. eVTOL이 뭐길래)
아처 에비에이션은 한마디로 '전기로 움직이는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어려운 말이지만 풀어보면 간단합니다. 헬리콥터처럼 활주로 없이 제자리에서 수직으로 뜨고 내리지만,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돌려서 나는 비행기예요. 업계에서는 이를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쉬운 비유는 '하늘 위의 택시'입니다. 도로가 막히는 출퇴근길, 지상에서는 1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최대 5명이 탈 수 있는 아처의 항공기 '미드나이트(Midnight)'는 단 몇 분 만에 주파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헬리콥터보다 훨씬 조용하고 배출가스도 없습니다. 아파트 옥상이나 건물 근처에 마련된 소형 이착륙장(버티포트, vertiport)에서 뜨고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죠.
물론 아직은 상상 속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6년 들어 아처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4단계 형식증명 절차 중 3단계를 통과한 최초의 eVTOL 기업이 되었고, 백악관이 주도하는 eVTOL 통합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플로리다·텍사스·뉴욕 등 미국 8개 주에서 시범 운항 권한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2028년 LA 올림픽의 공식 항공택시 사업자로도 지정되었죠. 즉, '언젠가'가 아니라 '2026년 하반기'라는 구체적인 시점을 놓고 실제 운항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에 와 있는 셈입니다.
로봇을 만들 줄 알았던 사람이 왜 비행기를 만들었을까 — 브렛 애드콕 이야기
이제 이번 글의 핵심 인물, 브렛 애드콕(Brett Adcock) 이야기를 해볼 차례입니다. 그는 일리노이의 옥수수·콩 농장에서 자란 평범한 청년이었는데, 플로리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2년 채용 매칭 스타트업 '베터리(Vettery)'를 공동창업하며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베터리는 2018년 글로벌 인사 서비스 기업 아데코 그룹에 약 1,100억 원(1억 1,000만 달러) 규모로 매각되었고, 이 성공으로 애드콕은 상당한 자금을 손에 쥐게 됩니다.
여기서부터가 흥미롭습니다. 소프트웨어로 성공을 거둔 그는 전혀 다른 분야, 그것도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항공우주 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2018년, 애덤 골드스타인(Adam Goldstein)과 함께 아처 에비에이션을 공동창업한 것이죠. 비행기 설계를 전혀 몰랐던 그는 300명이 넘는 항공 전문가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리고, 6개월간 관련 서적을 파고들며 독학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 요리를 전혀 못 하던 사람이 갑자기 미슐랭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나선 셈인데, 놀랍게도 이 무모해 보이던 도전은 성공적으로 이어졌습니다. 2021년 United 항공으로부터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이끌어냈고, 같은 해 9월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약 27억 달러 가치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까지 시켰습니다.
그런데 애드콕은 2022년 4월, 공동 CEO 자리에서 돌연 사임하며 아처를 떠납니다. 이후 그는 곧바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영역인 '휴머노이드 로봇'이었습니다. 2022년 설립한 피규어AI는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손으로 작업하는 범용 로봇을 만드는 회사로, 2025년에는 무려 390억 달러(약 54조 원)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했습니다. 한 사람이 서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10년 뒤 유망 산업'을 연달아 만들어낸 셈인데, 이 때문에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대표적인 연쇄 창업가로 꼽힙니다. 다만 아처와 피규어AI, 두 회사의 창업자였던 애드콕과 골드스타인은 현재 서로 협업하지 않으며 결별 배경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창업자가 떠난 뒤에도 성장하는 아처 — 2026년 현재 상황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면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데, 아처는 오히려 애덤 골드스타인 단독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꾸준히 굵직한 이정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FAA 인증 절차 외에도, UAE(아랍에미리트) 민간항공청은 아처의 미드나이트 항공기를 '제한형식증명(Restricted Type Certificate)' 프로그램에 편입시켰습니다. 이는 아부다비 항공(Abu Dhabi Aviation)과 손잡고 아부다비 현지에서 제한적인 상업 운항을 시작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정비된 경로가 열렸다는 뜻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중동에서도 동시에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죠.
기술 파트너십도 눈에 띕니다. 엔비디아(NVIDIA), 팔란티어(Palantir), 스타링크(Starlink) 등과 협력해 자율비행·항공관제에 쓰이는 AI 기술 스택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오버에어(Overair)와 미션 크리티컬 컴포지트(Mission Critical Composites)를 인수하며 방산 분야 확장도 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방산 관련 4개 동맹국 프로그램에서 수요가 확인되었다는 소식도 있었죠. 민간 항공택시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이중 용도(dual-use) 항공기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입니다.
다만 재무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160만 달러에 불과했던 반면, 순손실은 2억 1,770만 달러, 조정 EBITDA 손실은 1억 7,25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상용화 이전 단계의 하드웨어 기업이 겪는 전형적인 '현금 소진(cash burn)' 국면인데, 비유하자면 아직 손님을 받지 않는 레스토랑이 주방 설비와 인테리어에 계속 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다행히 유동성은 약 18억 달러로 두터운 편이라 당장 자금이 마르진 않겠지만, 실제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조비 에비에이션과의 경쟁, 그리고 투자자가 살펴야 할 리스크
eVTOL 시장에서 아처의 가장 큰 경쟁자는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 티커: JOBY)'입니다. 두 회사 모두 FAA의 4단계 형식증명 절차 막바지에 있고, 2026년 내 미국 상업 운항 개시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흡사합니다. 다만 전략에는 차이가 있는데, 조비는 배터리부터 기체까지 대부분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방식을 택한 반면, 아처는 배터리(몰리셀), 항공전자(하니웰) 등 주요 부품을 검증된 외부 공급사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자체 생산은 품질 관리에 유리하지만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외부 조달은 속도는 빠르지만 공급망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두 회사는 경쟁을 넘어 법적 분쟁까지 벌이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장기적으로 eVTOL 시장 자체는 향후 20년간 1조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업계의 장밋빛 추정치일 뿐 아직 실제로 검증된 수치는 아닙니다. 형식증명 지연, 예상보다 느린 버티포트(이착륙장) 인프라 구축 속도, 지속적인 대규모 자금 조달 필요성 등은 아처뿐 아니라 이 업종 전체가 안고 있는 리스크입니다. 아직 '언제, 얼마나' 흑자로 전환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초기 성장 단계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린이가 그려보는 아처 에비에이션의 미래, 개인적인 생각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주린이의 개인적인 상상이자 의견입니다. 저는 아처 에비에이션을 보면서 '20년 전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는 손바닥만 한 기계로 지도를 보고 택시를 부르는 일이 낯설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죠. 5~10년 뒤에는 대도시 출퇴근길에 자동차 대신 항공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날 수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상상해 봅니다. 물론 초기에는 요금이 비싸고 이용 가능한 노선도 극히 제한적이겠지만, 마치 초기 전기차가 그랬듯 시간이 지나며 가격과 인프라가 자리를 잡아갈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창업자 브렛 애드콕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가 떠난 뒤에도 아처는 자체 궤도로 성장하고 있고, 애드콕 본인은 피규어AI에서 또 다른 미래산업을 키우고 있죠. 두 회사 모두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기술'에 베팅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두 산업이 언젠가 묘하게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예를 들어 항공택시 정비나 지상 조업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는 그림 같은 것 말이죠.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주린이의 상상일 뿐,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본 글은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정보 정리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투자 전 반드시 본인의 판단하에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팔로우 하시면 다양한 종목들을 같이 알아갈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Yahoo Finance - Archer Aviation Inc. (ACHR) 기업 개요 · GuruFocus - Archer Becomes First eVTOL Company to Clear FAA Phase 3 · StockTitan - Archer Q1 2026 실적 발표 · Forbes - Brett Adcock 프로필 · New Atlas - High-tech entrepreneur Brett Adcock on Figure, Archer, and early success · EmbodyVC - Brett Adcock: Founder and CEO at Figure AI · The Motley Fool - Archer vs. Joby: The eVTOL Race Just Got Real · Barchart - Why 2026 Could Be the Year Archer Aviation Finds Its Lift
🔗 관련 글
• 이브 홀딩(EVEX), 50년 항공기 회사가 낳은 '늦둥이' 하늘택시
